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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과 허진규

"기술은 곧 사람" 김정식 회장 별세 소식을 접하며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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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註 :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겸 해동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이 4월 11일 향년 9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김 회장은 1948년 서울대 공과대학 전자공학과에 입학해 1991년부터 서울대에 기부해왔다. 특히 서울공대 전자공학과와 화학공학과 해동학술정보실을 시작으로 해동일본기술정보센터, 해동아이디어팩토리 등 서울대 내 10여곳의 시설 건립을 지원했다. 김 회장은 지난 2월 서울대학교에 기부금 500억원 출연 협약을 체결할 당시까지만 해도 건강상 큰 무리가 없었다. 물론 당시에도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지만 협약식에 나올 정도의 건강은 유지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협약식에서 "해외 유수한 교육기관들이 AI 기술 등 새로운 미래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서울대 해동첨단공학기술원 건립이 서울대 공대 도약의 발판으로 활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다 최근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식 회장은 이공학 연구지원 및 산업기술 발전을 위해 1991년 설립한 해동과학문화재단을 통해 '해동상'을 제정해 총 282명의 해동상 수상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했다. 대학생 280명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전국 20여개 공과대학 건물에 해동도서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대덕복지재단을 세우며 이러한 연구지원을 사회공헌 사업으로 이어갔다.
1929년생으로 함남 조선전기공고를 졸업한 김 회장은 어려서부터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온갖 고충을 겪어 왔다고 한다. 열아홉살에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며 실질적인 가장이 됐다. 대학교 진학 후에도 조선호텔에 웨이터로 취직해 낮에는 공부를 하고 아침과 야간에는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학 재학 중 6.25전쟁이 발발해 공군에서 통신장교로 복무하기도 했다.
1969년 미국과 유럽지역을 순회한 후 전자사업 핵심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1972년 PCB 전문업체 대덕전자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흑백 TV 인쇄회로기판(PCB) 부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스마트폰과 5G 이동통신 등에필요한 PCB를 제조하고 있다. 대덕전자는 지난해 기준 매출액 5900억원 순이익 260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는 직원 1700명을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한 상태다.
김정식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경천애인'(敬天愛人)과 '공동운명체'라는 두 가지 정신을 강조해왔다. 김 회장은 "기술은 곧 사람"이라며 "인화로 단결하고 창의로 공부해 책임을 완수하자"고 직원들에게 '대덕의 핵심 가치'를 전해왔다. 김 회장의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4월 1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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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1일 별세한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겸 해동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은 '경천애인'(敬天愛人)과 '공동운명체'라는 두 가지 정신을 강조해왔다. 김 회장은 "기술은 곧 사람"이라며 "인화로 단결하고 창의로 공부해 책임을 완수하자"고 직원들에게 '대덕의 핵심 가치'를 전해왔다. 지난 2월 서울대에 500억원 출연 협정 체결 당시의 김 회장(오른쪽). 사진=뉴시스

세상을 바꾼 기술로 세계적 기업을 일군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의 성공 신화에 매료된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 창업에 대한 두 가지 고정관념이 자리 잡은 듯하다. 하나는 벤처 창업은 대학을 중퇴하거나 성격이 독특한 별난 사람들이 하게 마련이라는 고정관념이다. 하지만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KAIST 전산학 석사, 변대규 휴맥스 회장은 서울대 제어계측학과 박사과정 수료자이다.
 
다른 하나는 정보통신기술,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벤처 창업을 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고정관념이다.
 
그러나 제조업에서 벤처 신화를 만든 기업인들도 적지 않다. 디지털 셋톱박스를 개발한 변대규 회장은 창업한 지 21년 만인 2010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기술창업의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고 여겨지는 소재·부품 분야에 맨손으로 뛰어들어 중견기업으로 키워낸 인물도 한둘이 아니다.
 
김정식 대덕산업 회장과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대표적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두 사람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두 사람은 서울대 공대 출신의 엔지니어이다. 1929년생인 김정식 회장은 1956년 통신공학과(현 전자공학과)를, 1940년생인 허진규 회장은 1963년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김 회장은 1965년 1월 대덕산업을 설립해 국내 최초로 전기·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에 도전한다. PCB는 장치산업이고 기술집약산업으로 전자산업 변화에 맞춰 개발돼야 하기 때문에 기술과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
 
김 회장은 창업 이후 50년간 오로지 PCB 사업 한 분야에만 전념하면서 1969년 가전용 PCB, 1975년 산업용 양면 PCB, 1982년 다층 PCB를 개발했다. 대덕산업은 흑백TV, 컬러TV, 퍼스널컴퓨터, 스마트폰에 필요한 PCB를 공급해 국내 전자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허 회장은 1967년 1월 살림집 앞마당에 주물용 도가니를 걸고 핵심 소재 개발에 뛰어든다. 창업 2년 만인 1969년 변전용 금구류의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1975년 KIST와 동복강선 공동 개발, 1986년 서울대 생산기술연구소와 PCB용 소재인 일렉포일 공동 개발, 1987년 KIST와 공업용 다이아몬드 공동 개발에 성공한다. 세계 합성다이아몬드 시장의 절대 강자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이 제기한 특허 분쟁에서 5년간 소송전 끝에 승리해 세계 3대 공급업체 지위(시장점유율 25%)를 확보하기도 했다. 일진그룹은 종업원 3000명, 매출액 1조450억원(2010년 기준)의 초우량 기업집단으로 급성장했다.
  
둘째, 두 사람은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허 회장은 1990년 6월 서울대에 신소재공동연구소를 건립해 기증했다. 당시 일진그룹 자본금의 절반이 넘는 35억원을 쾌척해 민간 기업이 대학에 연구소를 기증한 최초 사례로 기록된다. 이 연구소는 서울대만 사용하지 않고 다른 대학과도 공동 연구를 수행해 최첨단 신소재 기술을 개발한다. 일진그룹 성장을 견인한 주력 제품들이 이런 산학연 협력의 산물임은 물론이다. 또한 일진학술재단을 설립해 이공계 꿈나무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한국공학한림원에 일진상을 만들어 공학기술 진흥에 공헌한 인물에게 시상한다.
 
김 회장은 1991년 산업기술진흥사업을 목표로 해동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한다. 1991년 제정된 대한전자공학회 해동상을 시작으로 한국공학한림원, 한국통신학회, 한국마이크로전자 및 패키징학회에 각각 해동상을 제정해 총 256명의 대학교수에게 상금을 수여했다. 또한 서울대에 교육시설 지원 사업을 벌여 1996년 해동학술정보실을 마련하고, 2010년 3월 해동일본기술정보센터, 2010년 12월 해동학술문화관을 완공해 기증했다.
   
회사가 위치한 안산시 지역 발전을 위해 1996년 장애인 생활시설인 명휘원에 해동일터를 마련하고 대덕어린이집, 안산빈센트의원 등 노인·장애인·아동 복지 활동도 펼친다.
 
창업을 꿈꾸는 우리 젊은이들이 김 회장과 허 회장의 벤처 정신에서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되길 기대한다. 출처=매일경제 ‘이인식 과학칼럼’ 2015년 6월 10일

 
 

 

[입력 : 2019-04-12]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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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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