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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성공하려면 거짓말과 자기기만에 익숙해져라

“性的 선택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 없이 인간의 진화를 논하는 것은 로맨스 없는 드라마와 같다” (제프리 밀러)

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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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 해 동안 진화생물학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을 기리는 행사가 경쟁적으로 개최됐다. 다윈 탄생 200년, <종의 기원> 출간 150년이 되는 해를 맞아 그의 생일인 2월 12일부터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1859년 출간된 <종의 기원>은 다윈의 진화 이론이 집대성된 고전이다. 독일 태생의 미국 진화생물학자인 에른스트 마이어(1904~2005)에 따르면, 다윈의 진화 이론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이론이 하나로 통일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種(종)의 가변성: 현대의 진화 개념 그 자체인 이 이론은 세계가 항상 일정하거나 최근에 만들어졌거나 영원히 순환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변화하고 있으며 생물들 역시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는 이론이다.
 
· 공동 후손: 지구상의 모든 종이 하나의 공동 조상에서 기원했으며 동물·식물·미생물 등 모든 생물이 궁극적으로는 지구상에 단 한 번 나타났던 생명체에서 유래했다는 이론이다.
 
· 종의 증가: 생물 다양성에 관한 이 이론은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진화가 일어나 새로운 종의 수가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 단계주의: 진화는 특별한 단절 또는 불연속성이 없이 점진적으로 일어난다는 개념이다.
 
· 자연선택: 다윈의 진화 이론, 곧 다윈주의의 핵심 개념으로서 진화의 메커니즘에 관한 이론이다.
 
현대인의 세계관과 사고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은 자연선택 이론은 그 개념이 단순하기 그지없다. 자연선택은 철학자인 허버트 스펜서(1820~1903)가 만들어 낸 용어 ‘適者生存(적자생존)’으로 규정된다. 적자는 냉혹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그들의 유리한 형질을 자신의 집단 속으로 퍼뜨리고 부적자는 도태된다는 것이 자연선택이다.
  
자연선택과 진화심리학
 
 
<종의 기원>을 통해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
다윈주의의 핵심은 자연선택이 단순히 부적자를 멸망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진화를 창조적으로 추진하는 원동력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연선택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생물의 기능 중에서 유리한 부분만을 선택하여 보전시킴으로써 반드시 적자를 발전시키는 것으로 본다.
 
생물이 자신의 집단 안에서 경쟁하는 다른 개체보다 생존 가능성이 높은 자손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adaptation)’하는 능력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생물학에서 적응이란 자연선택이 오랜 세월 지속적으로 작용하여 생물의 기능 중에서 효과적인 부분만을 선택하여 단계적으로 진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은 생존을 위해 유리하게 설계된 생물의 기능을 차등적으로 보전함으로써 끊임없이 변화하는 국지적 환경을 따라잡는 과정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런 적응의 산물로 간주하는 학문이 진화심리학이다. 진화심리학을 간단히 정의하면 진화생물학과 인지심리학이 융합된 것이다.
 
진화심리학은 1992년 <적응하는 마음(The Adapted Mind)>의 출간을 계기로 하나의 독립된 연구 분야가 됐다. 이 책은 심리학자 레다 코스미데스와 그녀의 남편인 인류학자 존 투비가 공동 편집했다.
 
진화심리학은 생물학에서 도출된 다섯 가지 원리를 적용해 마음을 연구한다.
 
· 원리1: 뇌는 컴퓨터다. 뇌를 구성하는 신경회로망은 환경에 적절한 행동을 일으키도록 설계되어 있다.
 
· 원리2: 뇌의 신경회로망은 석기시대에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의 조상들이 진화의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됐다.
 
· 원리3: 우리가 쉽게 해결한다고 느껴지는 문제들은 대부분 의외로 복잡한 신경회로망을 필요로 한다.
 
· 원리4: 상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제각기 전문화된 상이한 신경회로망이 존재한다.
 
· 원리5: 현대인의 두개골 안에는 석기시대 조상들의 마음이 들어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를 비롯해 많은 학자들이 모든 인류가 공유한 것으로 간주된 행동 특성들, 이를테면 언어·폭력성·미적 감수성·기만행위·이타주의 등이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의 산물임을 밝히기 위해 다양한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공작 수컷의 꼬리
 
 
수공작의 화려한 꼬리는 짝짓기와 관련이 있다는 학설이 제기됐다.
다윈은 한쪽 性(성)에만 나타나는 신체적 특성 중에서 수컷의 고환이나 암컷의 난소처럼 생식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됐다고 설명했지만 남자의 수염 같은 것은 생식에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선택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1871년 다윈은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性的(성적) 선택(sexual selection)’을 제안했다.
 
성적 선택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성적 선택은 암컷을 서로 차지하려는 수컷들 사이의 경쟁을 통해 일어난다. 사슴의 뿔이나 사자의 갈기는 이런 과정에서 출현한 형질이다. 사슴의 뿔은 암컷을 얻기 위한 싸움에서 무기로 사용된다.
 
성적 선택의 두 번째 형태는 수컷이 암컷의 관심을 끌어서 짝짓기의 상대로 선택되는 방식이다.
 
이런 선택의 대표적인 보기는 공작의 수컷이 지닌 화려하고 긴 꼬리다. 암공작은 부챗살처럼 펼쳐진 현란한 깃털에 매혹되어 수컷과 짝짓기를 한다. 요컨대 공작의 수컷이 생존에 별로 쓸모가 없는 우스꽝스러운 꼬리를 달고 다니는 것은 순전히 암컷 탓이다.
 
다윈에 의해 수컷 공작이 암컷에게 구애할 때 꼬리를 이용하는 사실이 관찰됨에 따라 공작의 장식용 꼬리는 성적 선택의 상징이 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윈은 암컷이 긴 꼬리를 좋아하는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더욱이 장식용 꼬리는 생존 측면에서 수컷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 화려한 빛깔은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쉽고 긴 꼬리는 도망갈 때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컷이 수컷의 화려한 몸치장을 선호하는 이유를 놓고 여러 이론이 제시됐다.
 
초기에 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받은 것은 ‘좋은 유전자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암공작은 자식들이 짝짓기를 잘하는 것보다는 생존을 잘하도록 하기 위해 길고 화려한 장식 꼬리를 가진 공작을 선택한다.
 
수컷의 장식이 개체의 건강, 체력 또는 적응력을 가늠하는 잣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공작은 빛깔이 좋은 깃털의 수컷은 건강하므로 그 수컷과 짝짓기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좋은 유전자 이론에는 자기모순적인 약점이 있었다. 공작의 긴 꼬리는 생존 가능성을 높여 주는 좋은 형질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깃털은 수컷의 생존에 장애가 된다. 이런 모순을 재치 있게 해결한 사람이 이스라엘의 아모츠 자하비 교수다. 1975년 자하비는 ‘장애 이론(handicap theory)’을 제안했다.
 
남녀의 상이한 짝짓기 전략
 
장애(핸디캡) 이론에 따르면, 수공작의 꼬리가 수컷에게 장애가 되면 될수록 수컷이 암컷에게 보내는 신호는 그만큼 더 정직하다.
 
왜냐하면 긴 꼬리의 수컷이 장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다는 사실은 암컷에게 수컷이 난관을 극복할 능력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수컷은 핸디캡으로 인한 대가를 치르면 치를수록 암컷에게 자신의 유전적 자질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더 잘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남보다 더 길고 화려한 깃털을 가진 수컷일수록 더 좋은 유전자를 갖게 마련이다.
 
따라서 수공작의 꼬리는 장애가 되지 않을 때보다 장애가 될 때 더 빨리 진화하게 된다. 신체적 장애가 결국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방증이 될 수 있다는 자하비의 기발한 논리는 ‘정직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격언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없지 않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남녀의 성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남녀의 마음이 다르게 형성됐다고 본다. 따라서 자연선택보다는 성적 선택으로 접근하여 인간의 짝짓기 행위를 분석한다. 이런 접근 방법으로 연구 성과를 거둔 대표적 인물은 미국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와 제프리 밀러다.
 
데이비드 버스는 6대륙 37개 문화권에 속한 1만여 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5년간 인간의 성의식을 연구한 결과를 <욕망의 진화(The Evolution of Desire·1994)>로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오늘날 남녀의 성 전략은 수렵채집을 하던 인류의 조상들이 짝짓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스는 성적 선택이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내면에 형성한 성 의식을 실증적으로 추적하여, 성 전략의 다양한 측면을 분석했다. 이를테면 남자와 여자가 각각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들을 열거했으며, 짝을 유혹하는 전략·혼외정사를 하는 이유·성적 갈등의 본질과 해결책 등을 제시했다.
 
버스에 따르면, 남자들은 얼굴과 몸매가 아름답고 순결한 여자를 선호하는 반면, 여자들은 경제적 능력이 있고 사회적 지위가 높고 야망과 지성을 갖춘 배우자와 짝짓기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사이의 상이한 짝짓기 전략이 진화과정에서 형성돼 무의식적인 심리 구조로 굳어졌다는 버스의 주장은 페미니스트들의 분노를 촉발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여성의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페미니스트들은 남녀의 성 역할이 태생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축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버스는 2003년 <욕망의 진화> 개정판을 내고 혼외정사, 배란기 전후의 성 심리 변화 등 여성의 은밀한 성 전략에 관한 내용을 새로 추가했다.
 
과시적 소비
 
한편 제프리 밀러는 성적 선택 이론으로 성 의식과 성 전략을 분석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인간의 마음에서 독특한 여러 능력, 이를테면 예술·창의성·도덕성 등이 우리 조상들의 짝 고르기 과정에서 진화됐다고 주장했다.
 
밀러는 2000년에 펴낸 <짝짓기하는 마음(The Mating Mind)>에서 “20세기의 과학은 오로지 자연선택만으로 마음의 진화를 설명하려고 애썼다"면서 “짝 고르기를 통한 성적 선택이 인간 마음의 진화에서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진화심리학자들이 자연선택으로 인류의 조상들이 낮에 부딪혔던 생존 문제에 관심을 가졌지만, 자신은 성적 선택으로 그들이 밤에 겪었던 구애의 고민을 풀어보고 싶다고 강조하면서 “성적 선택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 없이 인간의 진화를 논하는 것은 로맨스 없는 드라마와 같다"고 했다.
 
밀러는 20세기 과학이 성적 선택 이론을 무시한 대가로, 가령 경제학자들은 인간의 사치품 소유 욕망과 과시적 소비 행위를 설명하지 못했으며, 사회학자들은 남성이 여성보다 재물과 권력을 더 탐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에서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라는 개념을 최초로 내놓은 인물은 노르웨이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1857~1929)이다. 1899년 펴낸 <유한계급 이론(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에서 베블런은 도시의 소비자들이 비싼 사치품으로 장식해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려는 성향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상대방이 얼마나 부유한지를 직접적으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과시적 소비만이 신뢰할 만한 재력의 지표가 된다는 뜻이다.
 
밀러는 생물학에서 과시적 소비에 해당하는 개념은 자하비가 제안한 ‘장애 이론’이라고 주장했다. 자하비는 수공작이 생존에 장애가 되는 긴 꼬리를 달고 있는 까닭은 핸디캡을 극복할 능력, 곧 우수한 유전적 자질을 갖고 있는 사실을 암컷에게 확인시켜 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수컷의 긴 꼬리는 짝짓기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진화된 ‘비용이 많이 드는 신호(costly signal)’인 셈이다.
 
장애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로맨틱한 사랑은 필연적으로 과시적 소비다. 상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과도한 선물, 과도한 웃음 공세, 과도한 외모 가꾸기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낭비는 자연선택 이론의 적자생존 관점에서는 적응과 무관한 어리석은 행동이기 때문에, 성적 선택 이론이 아니면 설명이 될 수 없다고 밀러는 주장한다.
  
“록펠러 재단은 록펠러에게 공작새의 꼬리와 같아"
 
   
존 D.록펠러(왼쪽)와 그의 아들 존 D.록펠러Jr.

2009년 5월 펴낸 저서 <소비(Spent)>에서 밀러는 미국사회의 소비문화를 성적 선택으로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밀러는 미국인들이 지방대학보다 10만 달러나 더 비용이 드는 하버드대학의 졸업장을 따려고 안달하고, 보통 자동차보다 2만5000달러나 더 비싼 BMW를 선호하는 까닭은 짝짓기 승부에서 유리한 입장이 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하버드대 졸업장이나 BMW는 공작새 수컷의 장식용 꼬리인 셈이다.
 
밀러가 <짝짓기하는 마음>에서 성적 선택 이론으로 가장 설득력 있게 분석한 인간의 마음은 배려나 선심을 베푸는 慈善(자선) 심리다. 자선은 과학자들이 설명하지 못한 이타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밀러는 남성의 선심 욕구를 보여주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의 하나로 19세기의 석유왕 존 록펠러를 꼽는다.
 
그는 돈을 벌 때는 피도 눈물도 없이 악착같았지만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베풀었다. 그러나 그의 기부 행위는 생물의 이타적 행동을 분석한 표준이론인 ‘혈연선택(kin selection)’과 ‘상호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혈연선택 이론에 따르면, 혈연으로 맺어진 개체들은 구성원들이 공유한 유전자를 영속시키기 위해 가까운 친척에게 이타적인 혜택을 베푼다. 한편, 상호이타주의 이론은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개체 사이에서 ‘네가 나의 등을 긁어주면 나도 너의 등을 긁어준다’는 식의 호혜적 행동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록펠러와 같이 자수성가한 인물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고 물질적 보답을 기대하기 어려운 낯선 사람들을 위해 고생해서 번 돈을 선뜻 기부하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밀러는 자선이 진화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록펠러 재단은 록펠러에게 공작새의 꼬리와 같았다"는 비유를 사용했다. 인간의 자선 행위가 성적인 과시 본능에서 진화됐다는 의미다. 자선 행위를 또 다른 형태의 과시적 소비 형태로 본 셈이다.
 
2007년 <인성과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월호에 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 등 몇몇 심리학자들과 함께 발표한 논문에서 밀러는 자선 행위를 일종의 ‘비용이 많이 드는 신호’라고 분석하고 ‘노골적 자선(blatant benevolence)’이라고 명명했다.
 
노골적 자선은 ‘경쟁적 이타주의(competitive altruism)’라는 개념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인간은 가족을 위해, 또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이타적 행동을 하지만 명성을 얻기 위해 남을 도울 줄도 안다는 것이 경쟁적 이타주의다.
  
빌 클린턴의 짝짓기 지능지수
 
2008년 <소비자 연구 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 8월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그리스케비시우스는 경쟁적 이타주의 심리를 자극해 호텔 투숙객을 환경보전 운동에 참여시키는 방법을 분석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호텔 방 안에 두 종류의 문장을 남겨 놓았다. 하나는 환경을 위해 욕실 수건을 재사용해 달라는 문장이고, 다른 하나는 방을 거쳐간 다른 손님들도 대부분 수건을 재사용했다고 적어놓은 것이다. 전자보다 후자의 글귀를 본 투숙객의 수건 재사용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 결과는 환경 운동이 단순히 환경 의식에 호소하는 것보다 경쟁적 이타주의 심리를 자극할 때 더 효율적임을 보여준 셈이다. 환경 운동에 앞장서는 저명 인사들이 따지고 보면 순수한 동기보다는 사회적 명성을 얻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환경을 걱정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은 연구결과다.
 
1995년 어느 날,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근무시간 중에 여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 펠라티오를 포함한 성행위에 탐닉하고 있었다. 펠라티오는 여자가 페니스를 입 안에 집어넣는 구강성교다.
 
1997년 12월 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사건이 공개되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다. 하원에서 클린턴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클린턴 성추문 사건은 인간의 짝짓기 심리를 연구하는 진화심리학자들에게 ‘짝짓기 지능(MI)’의 상징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짝짓기 지능은 2007년 7월 밀러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글렌 게어와 함께 편집해 펴낸 <짝짓기 지능(Mating Intelligence)>에 의해 학문적인 용어가 됐다. 게어와 밀러에 따르면, 짝짓기 지능은 인간의 짝짓기·섹슈얼리티·남녀가 정을 통하고 있는 관계 등에 적용되는 인지 과정이다.
 
짝짓기 지능은 사회지능 및 정서지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사회지능은 타인을 믿음과 욕망을 가진 존재로 이해하는 능력을 뜻한다. 한편 정서지능은 타인의 정서를 지각하고 이해해 자신의 사고와 행동에 보탬이 되도록 활용하는 능력을 뜻한다.
 
사랑은 거짓말 게임
 
 
짝짓기 심리 관점에서 보면 빌 클린턴이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와 관계를 맺은 것도 설명이 가능하다.
클린턴 대통령은 유복자로 태어나 결손가정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지만 옥스퍼드대학에 장학생으로 유학을 가고 예일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할 정도로 학업 성적이 좋았다.
 
1992년 46세에 대통령에 당선돼 연임에 성공했다. 그런 그가 백악관의 일개 여직원과 몇 초간의 짧은 성적 쾌락을 즐기기 위해 집무실에서 펠라티오를 감행한 사실은 짝짓기 지능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연구 주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우선 클린턴은 언변이 뛰어나고 글솜씨가 빼어났으며 매우 머리 좋은 대통령으로 평가됐다. 특히 짝짓기와 관련한 능력이 탁월했다. 그는 여러 여자와 혼외정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당시 클린턴은 49세, 1973년생인 르윈스키는 22세, 1947년생인 부인 힐러리는 48세였다.
 
르윈스키는 젊어서 자식을 여러 명 낳을 수 있었지만, 힐러리는 폐경을 앞둔 상태였다. 知的(지적) 측면에서는 변호사 출신인 힐러리와 일개 임시직원인 르윈스키가 비교가 될 수 없었지만, 임신 능력 측면에서는 르윈스키가 힐러리를 압도했다.
 
짝짓기 심리의 관점에 국한하면, 클린턴이 르윈스키에 접근한 것이 하등 잘못됐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클린턴이 짝짓기 지능의 진면목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말하자면 클린턴은 이른바 짝짓기 지능지수, 곧 MQ(mating intelligence quotient)가 상당히 높은 셈이다.
 
MQ는 <짝짓기 지능>에도 아직 등장하지 않은 용어지만 짝짓기 지능을 가늠하는 잣대가 없을 수 없다고 여겨져서 직접 만들어진 용어로서, 2008년 4월에 펴낸 저서인 <짝짓기의 심리학>에서 처음 사용했음을 밝혀두고 싶다.
 
남녀가 사랑을 하면 차가운 머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뜨거운 가슴만 뛰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마련이다. 로맨틱한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맹목적으로 되기 때문에 상대방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한마디로 로맨틱한 사랑에는 이성이나 지능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짝짓기 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로맨틱한 사랑이 상대방은 물론 자기 자신을 속이는 고도의 지능적인 게임이라고 말한다.
 
자기기만은 짝짓기의 필수조건?
 
미국의 심리학자인 머린 오설리번 교수는 남녀 모두 로맨틱한 사랑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07년 오설리번은 남녀가 즐길 듯한 거짓말을 일곱 개씩 선정했다.
 
남자들이 잘할 것 같은 거짓말 일곱 가지는 ①자신이 소유한 돈의 액수 ②성병 감염 여부 ③결혼과 같은 장래 계획 ④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척하는 것 ⑤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 ⑥여자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과거의 일 ⑦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거나 시시덕거린 일 등에 관한 거짓말이다.
 
여자들이 즐길 것 같은 거짓말 일곱 가지는 ①피임 ②남자의 성적인 신체기관 또는 성적인 수행능력에 대한 느낌 ③애인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지적인지 평가하는 것 ④남자의 몸매 또는 얼굴에 대한 호감 ⑤처녀성 등에 관한 거짓말 ⑥애인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 ⑦애인을 화나게 하지 않기 위한 거짓말 등이다.
 
대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결과, 남자들은 일곱 개 거짓말 중에서 여섯 개를 잘할 것 같다고 응답했다. 한 가지 제외된 것은 마지막에 열거된 항목으로 오히려 여자들이 더 잘할 것 같은 거짓말로 뽑혔다. 한편 여자들은 일곱 개의 거짓말 중에서 오로지 세 가지만을 잘할 것 같다는 대답이 나왔다. ①, ②, ③에 관한 거짓말이다.
 
오설리번에 따르면, 이런 거짓말은 인류가 환경에 적응해 번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진화된 것이다. 남자들은 돈이 많고 장기적인 관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여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어 그런 거짓말을 곧잘 하게 됐으며, 여자들은 남자에게 정절과 임신능력을 과시해야 하므로 그런 거짓말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오설리번은 한 가지 더 놀라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기 자신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느냐고 물으면 다른 사람보다 훨씬 거짓말을 적게 한다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이 이런 자기기만에 빠지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오설리번은 이런 자기기만이 현대사회에 필요한 짝짓기 지능에서 갈수록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자기기만 능력 덕분에 자신이 선택한 상대가 가장 적합한 짝이라고 스스로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짝짓기 심리 전문가들은 사랑에 성공하려면 거짓말과 자기기만에 익숙해지도록 짝짓기 지능지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귀하의 짝짓기 지능지수는 얼마나 될는지….
 
출처=월간조선 2009년 11월호
 
 
 
 
 
 
 

 

[입력 : 2019-03-29]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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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등을 지냈다.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선데이, 매일경제 등 국내 주요언론은 물론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발행 월간지 PEN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 과학칼럼니스트로 인정받았다. '2035미래기술 미래사회'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래교양사전' 등 수십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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