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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허창영 원장 "성스러운 영역 도전하는 난임의사...환자의 미래까지 생각해야"

글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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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의사를 좌절시키는 고난이도 난임 케이스들
●중절수술, 자궁내막 심하게 유착시킬 수 있다
●30대 초반이면 질 좋은 난자 상당수 배란돼
●여성의 생식학적 환갑은 45세
●산부인과 의사는 환자의 미래도 걱정해야
●명백한 無난자, 無정자증 아니면 대부분 임신 가능
하얀 피부와 서글서글한 눈, 미소가 귀여운 듯한 의사 허창영(50). 한눈에 봐도 인기 좋은 ’오빠 의사’로 느껴지지만 쉰을 넘긴 시니어급 난임의사다.
        
허 원장은 2001년부터 마리아의료재단 신설마리아(마리아병원 본원)에서 난임의사를 시작해, 난임 부부들과 임신이라는 목표를 같이 한 지 올해로 18년째다. 현재 마리아의료재단 상봉마리아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허 원장이 속해 있는 마리아의료재단은 설립된 지 25년이 된, 국내에서 시험관아기 시술 명수가 가장 많기로 유명하다. 난임 전문클리닉 마리아의료재단의 연간 시술건수는 1만6000여건에 달한다. 전국 10개 도시에서 분원을 두고 있다.
        

"흉기로 의사를 위협"
 
5평 남짓한 진료실에서 하루에 50명에서 많게는 100명의 난임여성을 만나고 있는 허창영 원장을 만나봤다. 
     
-진료실이 너무 좁습니다.
   
“좁은가요? 진료실이 대체로 이렇지 않나요. 책상과 컴퓨터, 초음파와 진료대만 있으면 되잖아요."
 
-이 좁은 공간에서 답답하지 않나요.
 
“여기서만 있지는 않고 막 돌아다녀요. 난자 채취도 하러 가고, 이런 저런 시술도 하러 가기 때문에… 의사 진료실은, 클 필요가 없어요. 딱 적당한 것 같은데요."
 
-요즘 의료소비자들이 너무 똑똑하지요.
  
“의료 환경이 옛날과 달라졌어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의사를 믿고 따르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인터넷 환경에 너무 영향을 받아서 그런가 봐요. 의사의 말을 절대로 안 믿으려 해요. 미리 궁금한 걸 여기저기서 다 검색하고 오니까 의사가 하는 말이 자신이 검색한 내용과 같으면 믿고, 다르면 안 믿어요. 환자들의 의심의 눈초리가 피부로 느껴집니다. 요즘 같아서는 의사하기 정말 힘들어요.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돌변해요. TV 드라마 보면 응급실에서 의사들이 멱살잡이 당하는 일이 종종 있잖아요. 비슷해요. 참는 게 없어요. 감금도 당해본 걸요."
 
-감금이라니요. 의사를 감금하다니 어째서 그런 일이.
 
“후배의사의 일이었어요. 자궁외 임신 환자였는데 남편분이 많이 험했어요. 나팔관 쪽에 자궁외 임신이 되었다가 태아가 커지면서 파열이 되었어요. 남편이 격하게 흥분을 하고선 담당 의사를 진료실에서 못나가게 하는 겁니다. 내가 해결해보려고 그 방에 들어갔다가 같이 감금돼버렸어요. 휴… 얼마나 황당하던지… 막무가내로 흉기를 들고 협박을 하더군요.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자궁외임신이 되면 자궁 밖에 착상을 한 태아를 제거해야 하는 거죠.
 
“그렇죠. 자궁외 임신이 되면 치료라는 것이 약물 치료와 수술 치료가 있어요. 착상되고 얼마 안 된 초기라면 약물로 치료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팔관이 파열이 되면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답니다. 다행히 수술 잘 받고 퇴원했는데, 끝까지 담당 의사에게 악의적으로 대하더라구요."

-환자들이 말도 안 되는 화를 내기도 할 텐데,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그래도 화를 내면 안 됩니다. 일단은 욕일지라도 끝까지 들어줘야 합니다. 환자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설명을 시작해야지요. 의사라는 직업이 감정노동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직업인들 애로가 없겠냐만은 남의 집 귀한 자손 만들어주고 큰 절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환자들의 눈치까지 본다는 것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의료소비자들이 예전보다 의학 지식이 풍부해졌고 당당해진 결과라고 보기에는 의사들의 한숨이 너무 깊었다.
 
-마리아처럼 대형병원 의사들도 느낀다면 개원의들은 더 많이 느끼겠네요.
 
“그럴 겁니다. 의사마다 의학적 소신이 다른 데에는 다 그 이유가 있는데, 환자들이 인터넷에서 접한 지식으로 전문지식과 맞서니…(한숨)"
 
난임의사가 되려면 우선 산부인과 전문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생식내분비학을 따로 전공해야 난임시술을 할 수 있다. 남자의사의 경우 군복무까지 감안하면 전문의가 되는데 1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코 짧지 않은 고된 시간이다.
 
그는 “산부인과 전공에는 몇 가지 분야가 있는데 피를 보며 수술을 해야 하는 부인과보다, 또 의료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만 분야보다 생명 잉태에 관여하는 난임 분야가 훨씬 매력적인 전공"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투로 짐작컨대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인 듯 했다.
 
“인턴 때 산부인과 도는데 1분1초가 바쁘더라구요. 수술장에 가면 가슴이 벌렁벌렁 거렸지만 너무 드라마틱한 거에요. 선배가 ‘너는 산부인과 의사 할 얼굴이다’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는 순진해서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어요. 저는 다른 과는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특히 신경외과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너무 힘들었어요. 신경외과는 서서 자요. 우리 때 인턴이 하는 일은 주로 심부름이었어요. 피검사 결과 같다주랴, 필름 찾아다 주랴… 일이 너무 많은 거예요. 24시간 풀로 가동되니까 잘 수가 있어야지. 체력적으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신경외과 병동에서 교수님들이 회진할 때 교수님 뒤에서 레지던트들이 꾸벅꾸벅 조는 거예요."
   

"볼펜 심 굵기 주사기로 난자 채취"
     
-산부인과에서 난임쪽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산과에서 분만사고를 겪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한번은 다른 의사선생님이 분만 끝낸 산모를 바톤터치 받았다가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어요. 회진 갔을 때에는 멀쩡했는데 당직실에 올라오니 전화가 왔어요. (그분이) 숨을 안 쉰다고. 불과 몇 분 전에 분만 잘했다고 손 잡아줬는데, 몸 한 번 바꿔 돌려 눕고 사망하신 거예요. 색전증이었어요. 색전증은 의사가 막을 수가 없거든요. 전 아직까지도 그분이 간혹 꿈에 나타납니다. (분만쪽은) 인간으로 한계를 느끼는 사고가 너무 많았어요.(한숨)"
 
출산을 마친 산모가 사망하는 이유에는 양수색전증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는 통계가 있다. 양수색전증은 출산 후 양수가 모체의 혈관으로 흘러들어가서 혈전으로 진행되거나 폐가 막히는 등 갑작스런 쇼크와 호흡 장애를 일으키고 급기야 산모를 사망케 할 수 있는, 의사조차 손을 쓸 수 없는 무서운 불행에 속한다.
 
최근 고령산모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분만 뒤 출혈과 색전증 등 산과적 합병증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출생아 10만 명당 모성 사망비는 17.2명으로 전년에 비해 9.2% 증가했다.
 
-난임시술도 위험하지 않나요. 난자를 채취하다가 출혈이 심할 수 있고.
 
“다른 과 시술에 비해 불임쪽 시술은 그리 위험한 시술은 없어요."
 
-난임시술이라면 시험관아기 시술이 가장 하이라이트인데, 시험관 시술을 하려면 난자를 인위적으로 키워서 몸 밖으로 꺼내 체외수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난자채취는 어떻게 하는 겁니까.
 
“바늘로 난소를 찔러서 난자를 빼는 식입니다. (바늘로 찔렀다 빼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지혈이 된다는 조건하에 하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코피가 나도 1시간동안 안 멎는 사람이 있고, 금방 멎는 사람이 있잖아요. (주사기로 난소에 찔렀다) 뺀 자리에서 자연 지혈이 안 되면 피가 많이 날 수 있어요. 시술 경험상 ‘시간 지나면 다 흡수가 되니까 지켜봅시다’ 라고 말합니다. 대부분 별 문제 없이 회복이 되어요."
 
임신이 힘든 부부들이 난임병원에 가면 자연스레 받게 되는 시술이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 시술이다. 인공수정은 적절한 타이밍(난자가 배란이 되는 시점)에 정자를 자궁 속으로 주입시켜주는 시술이고, 시험관아기 시술은 정자와 난자를 몸밖으로 빼내 체외에서 수정을 시켜, 수정란(배아)을 자궁 속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는 이상 난자채취를 반드시 해야 하는 바로 그 이유다.
  
허 원장은 “난자를 채취하는 바늘은 볼펜 심 굵기보다 더 얇으며, 이 주사기로 난자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채취하는데, 이는 난자가 물(난포액)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난자채취를 할 때 통증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마취를 하지요.
 
“국소마취 할 수도 있고 수면마취도 할 수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국소마취를 권합니다. 수면마취에 쓰는 주사제가 프로포폴인데 부작용이니 사망이니 말이 많잖아요. 이러한 부작용과 사고들은 모니터링을 잘 안해서 생길 수 있어요. 병원 측은 반드시 환자가 숨 쉬는 걸 봐야 하고 심장 박동수도 체크해야 해요. 제 경우에는 수면마취를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가 수면마취를 하게 되면 무의식 상태가 되어 갑자기 움직일 수가 있는데, 미세한 바늘로 찌르는 중 갑자기 움직이게 되면 채취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수면마취를 하면 깨고나서 똑같이 아파요. 진통제가 더 들어가지요."
 
-난자채취를 개복수술처럼 속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설사 속을 볼 수 있다 해도 난자처럼 작은 것이 보일 리가 없지요? 또 생식기 위치가 교과서와 달라서 바늘로 채취하기 힘든 케이스도 많다면서요.
 
“그럼요. 어떤 분은 유착이 되어서 배꼽 근처까지 올라가 있어요. (그런 분은) 평상시 질 초음파로도 난소가 잘 안 보여요. 간호사가 누르고 별 짓을 다 해도 잘 안 보입니다. 또 난소 옆으로 혈관이 바로 지나가기도 하고, 방광 위에 있기도 하고 다양합니다. 본래 교과서에서는 바늘로 방광을 통과해서 찌르라고 되어 있어요. 그렇게 되면 방광내 출혈이 있을 수도 있고, 바늘이 휠 수도 있어요. "
 
     
허창영 원장이 시험관시술 중 난자를 채취하고 있다. 허 원장은 "임신의 세계는 교과서와 정말 다르다"며 "의사가 좀 안다고 자만하면 절대 안 된다"고 겸손을 강조했다.
   
   
"웬만하면 다 돼요"
   
난자채취. 듣기만 해도 겁이 난다. 난자를 몸 밖으로 끄집어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초음파 기구에 바늘을 장착시켜서 질쪽으로 투입, 난소를 찔러 성숙난자(체외에서 정자와 수정이 될 수 있게 성장한 난자)를 몸밖으로 채취해내는 것이다.
 
허 원장의 설명을 종합하면, 산부인과 의사라면 한번쯤은 물혹제거술을 해봤을 것이고, 난자채취술과 물혹제거술이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시술경험이 부족한 초보 불임의사라 해도 단시간에 난자채취 등의 테크닉은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난자를 채취하고 수정란을 이식하는 일을 결코 만만하게 생각해선 안 되는 것이, 난자를 채취하는 고도의 숙련된 손 테크닉과 감각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초음파를 보는 실력, 각기 다른 환자 케이스마다 난자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등의 판단력이 난임의사의 실력을 가르는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난임의사가 직접 난자채취를 해볼 수 있는 건 언제부터인가요.
 
“레지던트 때에는 못해 봐요. 난임시술은 난임전문병원에 취직해야 해볼 수 있어요. 레지던트 할 때 한 달에 20~30명 시술했거든요. 하루에 난자 채취 케이스가 두세 건 정도였어요. 어깨너머로 보는 정도지 직접 해보진 못합니다. 전문병원에 와서 선배들에게 배우게 되지요. (난자채취 등의 시술 테크닉을) 금방 배우는 의사가 있고, 더딘 의사가 있더라구요. 하지만 대체적으로 한국인들이 손기술이 좋아서 금방 배우는 편일 겁니다. 더러 외국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아본 분들이 한국에서도 시술을 받으면 한국 난임의사들의 손길이 다르다고 해요."
 
-국내에 난임시술을 하고 있는 대학병원이 몇 군데 없어서 산부인과 레지던트로 4년간 근무해도 난임시술을 경험하는 건 힘들겠어요.
  
“요즘 시험관시술을 하고 있는 의대병원이라고 해도 한 달에 열 명 정도 밖에 시술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난임시술은) 전문병원이 대세인 거죠. 또 난임의사도 전문병원에서 경험을 쌓아야 직접 할 수 있는 거라서, (난임시술은) 난임의가 아니면 산부인과 의사라도 생소한 분야인 겁니다."
 
-14년간 시험관아기 시술을 해오면서 느끼는 점이 있나요.
      
“’웬만하면 다 된다…’입니다. 폐경이 되었다면 안 되겠지만 열 번 도전하면 그 안에 된다는 거에요. 정말 될까 싶은 분인데도 시험관시술 하려고 기다리다가 ’자임’(自然姙娠의 준말)이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런 분도 있었어요. 자궁기형이었어요. 쌍자궁에 질 두 개, 자궁경부도 두 개였어요. 수술로 자궁 두 개를 합치고 나서 시험관시술을 하려고 기다렸는데 자임이 되었더라구요. 임신의 세계는 교과서와 정말 다릅니다. 의사가 좀 안다고 자만하면 안 됩니다."
 
-난임의사로써 어떤 난임케이스가 힘들던가요.
  
“자궁이 안 좋은 경우겠지요. 자궁내막이 얇고 유착이 있으면 잘 안 되더라구요. 자궁내막 유착은 골반염이나 결핵 앓았을 때, 될 수 있습니다. 또 중절수술 때문에도 유착이 될 수 있어요. 엄마가 되어야 하는 환자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자궁내막에 태반 잔유물을 남기지 않으려 너무 열심히 긁어내는 경우가 있어요. 많이 긁다 보면 손상이 와요. 자궁벽 자체에 문제가 생기고 유착이 되는 겁니다. 이 경우 생리량이 줄고 난자가 아무리 좋아도 땅이 안 좋으니까 좋은 씨앗을 뿌려도 곡식이 안 자랄 수 있습니다."

-절망적일 때 솔직히 말하나요.
  
“경험이 없을 땐 ‘안 됩니다’라고 말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그 분이 임신할지) 또 모르는 일이니까요. 정말 되려면 그 안 좋은 내막으로도 임신이 되더군요. 착상이 되고 안 되고의 비밀을 난임의사인 우리도 다 알지 못합니다. 난임의사는 경험이 많아도 함부로 단정짓지 말아야 해요. 악조건 속에서도 임신이 되는 걸 경험해 보면 교과서대로 말할 수 없게 됩니다."
  

"여성의 생식학적 환갑은 45세"
   
-한숨이 절로 나오는 케이스가 있다면요.
 
“70년대 초반에 태어난 분들의 도전입니다. 정말 힘들더라구요."
  
70년대생이라고 해도 올해 49살이다. 사실 옛날로 치자면 손자손녀 볼 나이이지, 자식을 생산할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만혼 추세와 재혼부부가 늘어나면서 40대 부부의 임신도전은 흔한 일이 되고 있다. 난임의사로써 40대 여성의 도전은 안타까움 그 자체라고 한다.
 
여성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평생 쓸 난자가 정해져 있다. 한정소멸인 셈. 아무리 난자가 수백만 개라도 초경에서 폐경까지 총 400~450여 회 배란을 거치면서 거의 소멸된다. 설상가상으로 난소노화 속도까지 빠르다면 난자는 난소노화와 함께 더 빨리 소멸되어 버릴 수 있다. 난소노화 속도는 나이와 유전 등에 자유로울 수 없다.
 
미혼여성이라도 자신의 생물학적 난소 나이를 알고 싶다면 가까운 산부인과에서 혈액검사(혈중 AMH수치 확인)를 해 보면 된다. AMH(항뭘러관호르몬) 검사가 바로 그것이다. AMH호르몬은 난소 안에 있는 원시난포(미성숙난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인데, 난소에 남은 난자 숫자가 많을수록 높게 측정이 된다고 한다. 다만, 호르몬 수치만으로 난소기능여부를 확진할 수 없다고 한다. 산부인과 의사는 초음파를 통해 난소의 용적을 파악하며 난소기능을 평가하기도 한다.
 
“초경이 시작되면 좋은 난자부터 없어지는(배란) 것 같아요. 30대 초반이면 좋은 난자가 줄어들고, 40대가 되면 난소에 난자가 얼마 남아있지 않아요. 태어날 때 100만 개 난자였다고 해도 40대 중반이면 만 개 정도 남아 있을 겁니다. 그 중 75%가 이상이 있는 난자라고 봐야 합니다. 또 40대라면 좋은 난자로 좋은 배아(수정란)가 나와도 착상율이 급격히 감소될 수 있어요. 유산율도 높구요. 무엇보다 어떤 난자가 키워질지 알 수가 없답니다."
 
-자연배란 혹은 과배란 주사로 난자를 키울 때 퀄리티 좋은 난자가 자라서 배란이 되는 게 아니라 마치 복권 당첨처럼 걸리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 그래서 저는…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도전하다보면 난자가 잘 나오는 차수에 다른 것들도 복합적으로 잘 조화가 이루면 임신이 된다는 겁니다. 의사로써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의사는 하자는데 정작 당사자는 좌절하거든요. 일반적으로 여섯 번 해보고 안 되면 난자공여 혹은 대리모도 고려해보라고 하는데, 저는 그것보다 더 도전해봐야 한다고 봐요. 열 번 정도. 뿐만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다 해봐야 해요.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분명 있을 겁니다. 난임시술에서 처방하는 주사제와 배란유도제가 여러 가지인데 저마다 반응이 달라요. 각자 호르몬 수용체가 어떤 건 잘 받아들이고, 어떤 건 잘 안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나이 든 분들 한두 번 해 보고 난자 잘 안자란다고 해서 포기해선 안 됩니다. 제가 권하면 ‘의사가 돈 벌려고 권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아닙니다. 정말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논문을 위한 논문 너무 많아"
  
-기억나는 고령자, 난소기능저하였던 분 있었나요.
 
“뇌하수체에 문제가 있어서 무월경에 난소기능저하인 분이었는데, 놀라웠어요. 진료실에 늘 웃고 들어왔어요. 제가 봤을 땐 너무나 절망적인 케이스인데, 웃음 앞에 저도 어쩔 수 없이 도전이 되더라구요. 성장호르몬을 처방했어요. 성장호르몬이 난자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난자 키우는 과배란 주사도 최대 용량으로 처방했구요. 그분은 절망적이었지만 ‘언젠가는 될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되었어요."
  
그는 “여성의 생식학적인 환갑 나이는 45세로 조정되어야 한다"면서 “나이가 많아도 난자가 좋은 여성이 있고, 나이가 젊은데도 난자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부하는 의사일까. 그의 대답이다.
  
“난임의사 초기에는 외국 논문 보면서 많이 따라 했었어요. 이것 저것 다 시도해보는 거죠.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제가 직접 논문 보고서 이메일 보내서 알아보려고 하면 정작 그쪽에서는 ‘우리는 안하고 있다’고 하는 경우도 꽤 있었어요. 논문을 위한 논문이랄까요. 의사는 외국 논문에서 힌트만 얻어야지 환자들에게 무턱대고 적용해선 안 된다고 봐요."
 
-논문을 위한 논문…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인데요.
 
“요즘 환자들, 의사에게 와서 무턱대고 무얼 처방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해요. 왠만하면 원하는대로 처방해주지만 의사로써 조금 기분이 언짢다 싶을 때가 있어요. 면역처방만 해도 그렇거든요. 면역학 대가가 학회에 와서 ‘이건 아직 제대로 밝혀진 건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이렇게 합니다’라고 발표하면 의사 입장에서도 맥이 풀려요. 결국 명백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는 겁니다."
 
-의사마다 임신율, 다르지요.
 
“젊은 의사선생님들이 임신율이 높을 수 있어요. 젊고 (난임이 된 이유가) 쉬운 케이스들이 몰리니까 1차, 2차 안에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술경험이 많은 의사들에게는 하다 하다 안 되는 분들이 몰리니까 임신율이 젊은 의사들보다 낮을 수 있어요."

-주로 어떤 유형의 여성들이 임신이 잘 되던가요.
 
“글쎄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외국인이거나 외국에서 살다가 시술 때문에 오신 부부들이 임신이 잘 되는 것 같았어요. 한국인들이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다는 게 아닐까요."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궁적출률 1위를 기록, 최근 4년간 수술건수도 41%나 급증했다고 하더군요. 미혼여성이 산부인과 진료를 받게 된다면 시술 등을 조심해야 하지요.
  
“의사마다 판단이 달라요. 같은 산부인과 의사라도 종양학 전공하신 의사들은 그 병을 없애는 것이 목표입니다. 반면, 난임의사는 자칫 난임이 될 수 있기에 살려내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어요. 난소에 생긴 자궁내막종이니 자궁근종, 선근종 같은 질환이 생리통이 아주 심할 수 있어요. 병원에 갔다가 발견이 되는 거죠. 난임의사가 치료하면 생리통 치료는 안 될 수 있겠지만 난임이 되는 불행은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괜히 너무 깨끗하게 제거하면서 조직을 잘못 건들면 난소기능저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부인과 의사라면 자신의 전공 한 분야만 생각하지 말고 환자 미래도 걱정해야 합니다.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해요."
   
그는 난임의사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임신여부를 결정하는 피검 결과가 나올 때"라며 “(난임의사에게는) 성적표"라고 했다.
 
“임신이 잘 안되는 날에는 짜증이 나서 술도 마시게 됩니다. 힘든 케이스인 분이 임신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퇴근 후에도 기분이 좋더라구요."
  
환자의 임신이 난임의사의 일진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기자에게 난임환자들의 성공케이스를 설명하기 위해 환자의 차트를 한보따리 들고 와서 “이런 분은 되었고, 이런 분도 되었다…"라며 마치 자신의 아내가 임신 한 것처럼 신이 나서 설명하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어쩌면 당신의 환한 웃음 때문에 그녀들은 ‘다시 한 번 더’를 고집하고 있을지 모른다"라고.
    
의과학의 힘은 위대하다. 하지만 허 원장은 "생명잉태에서 착상의 비밀은 여전히 신이 쥐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성스러운 영역에 도전해서 감히 ’딜’(deal)을 하는 사람이 난임의사가 아닐까"라며.
 
 
허창영 원장
1968년 부산출생. 서울대 의대 졸업.
現 마리아의료재단 상봉마리아 원장.
시험관아기 시술 2만5000여 건 기록
 
 

[입력 : 2018-11-12]   이은영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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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
  • 튼실이맘 (2018-11-28) 수정 삭제
    0 0

    허쌤 인터뷰반가워요.선생님덕분에 출산앞두고있어요.^^
    순산하고 찾아뵐께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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