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군기반장’ 역할...논리적인 언변, 차분함, 안정감이 강점, ‘對日창구’ 役割도 시대적 ‘축복’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월28일로 최장수 국무총리가 됐다. 지난 2년5개월 동안 안정감 있는 국정 운영과 노련한 정치 감각으로 여권의 대선 선두주자에 오른 그의 거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는 2017년 5월31일 취임했다. 이에 10월28일이면 '재임 881일'을 맞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국무총리 중 재임기간이 가장 길었던 김황식 전 총리(880일)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 총리는 임명될 때만 해도 탕평 인사라는 평가 외에 특별한 존재감은 없었다. 그러나 이내 '사이다 답변', '내각 군기반장', '막걸리 회동', '깨알 수첩' 등으로 회자되며 이미지를 구축해나갔다. 언론인·국회의원·도지사 이력을 살려 주요 국정현안을 직접 꼼꼼히 챙기는 한편, 내각 임명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이 총리를 '책임 총리'로 평가하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 총리는 내치를 넘어 외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투톱 외교'를 공식화했고, 최근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회담을 갖고 한일대화 촉진자 역할을 수행했다. 김경수, 안희정, 이재명, 유시민 등 여권의 잠룡들이 정치적 수난을 겪는 동안 문재인 정부의 2인자로서 차곡차곡 입지를 다진 이 총리는 유력한 차기 대통령 선거 주자로 꼽히고 있다.
대선이 3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현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 총리가 지난해 7월 이후 여권의 차기주자 1위 자리를 독보적으로 지켜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조국 사태 이후 위기를 맞은 여권에서는 '이낙연 역할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 총리가 총선 승리를 위해 당으로 복귀해 출마하거나 선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리의 향후 대권 행보에도 총선 역할론은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친문 인사가 아닌데다 당내에 이렇다 할 세력이 없는 이 총리에게 선거는 인적 기반을 폭 넓게 마련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계기가 된다.
한편 여권의 인재 가뭄, 인사청문회 통과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낙연 총리의 총선 출마와 관련해 오히려 여권에 부담되기 때문에 이 총리가 유임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한 관심은 총선 국면이 본격화하는 올 연말과 내년 초까지 계속해서 높아질 전망이다. 총선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내년 1월 중순 전에는 물러나야 한다.
이 총리는 총선과 관련해 "정부·여당에 속한 사람으로서 심부름을 시키면 따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여당과의 교감 및 조율 속에 자신의 행보를 머지않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