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중국 기업이 삼성전자 휴대폰을 만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휴대폰 ODM(제조자개발생산)을 도입해 중국 제조사에 300만대를 맡겼다. 올해 들어 3000~4000만대로 확대했고 내년부터는 6000만대를 같은 방식으로 생산한다. 삼성전자의 1년 휴대폰 출하량인 3억대다. ODM 비중은 올해 10% 수준에서 내년 20% 수준으로 큰폭 늘어나게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윙텍(Wingtech)과 ODM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화친(Hauqin)과 제휴를 맺었다. 중국의 대표적인 ODM 업체인 양사는 이미 1억대에 가까운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고, 다양한 중저가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개발 및 생산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위축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물량 공세가 이어지자 원가절감을 통해 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많은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의 약진을 노리는 전략을 택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또 베트남과 인도로 메인 생산 기지를 계속적으로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원가를 일정 부분 이하로 낮추는데 한계를 느꼈다. 결국 삼성전자는 ODM 확대에 나서게 됐고, 국내 부품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일각에선 1억대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삼성전자 협력사 단체 협력회사협의회 이른바 '협성회'가 삼성전자 ODM 확대 전략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위해 지난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커지는 우려에 공동 대응에 나서면서 6000만대 수준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을 가격대별로 구분해 100달러 미만의 초저가 스마트폰 7000만 대 정도가 ODM 전환 대상이라고 가정한다면 국내 부품 업계 손실분은 약 3조4000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중소 부품업체의 주요 사업영역인 카메라, 케이스, PCB, FPCB 중에서 특히 중저가향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의 타격을 우려했다.
삼성전자 측은 스마트폰 ODM(제조자개발생산)이 협력사들에게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 협력회사 채용 한마당'에서 "협력사 입장에서는 큰 영향이 없다"며 "중국 사업만 철수했지 다른 곳은 그대로여서 큰 영향이 없고, 회사 입장에서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전자는 중국 업체들의 매서운 공격 속에 속수무책으로 글로벌 점유율을 빼앗겨 왔다. 유일하게 의미있는 시장인 북미 내에서도 Lenovo, TCL, Google 등에게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빼앗기고 있다. 중국에서의 존재감은 사실상 전무하고, 인도 시장 등 중저가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찾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