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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별세,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들

최근 그룹 안팎 상황이 병세 악화요인?...갑질·탈세 의혹 등 ‘오너 리스크’에 정치권 등 여론몰이식 비난 겹쳐

글  김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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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월 8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한진그룹은 조 회장은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폐질환으로 미국에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운구와 장례 일정을 조율 중이다.

     
조 회장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가족이 임종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1949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1975년 인하대 공과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미국 남가주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 2003년부터 한진그룹 회장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2014년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조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재계는 중심으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폐질환 수술 이후 지난해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해 요양 치료를 받아왔다"면서 "수술 이후 회복을 거쳐 퇴원한지 한달여 지났고 오는 6월 귀국 예정이었기 때문에 다들 건강에 큰 이상이 있는지는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유명한 워커홀릭인데, 가족들 문제나 검찰 수사 등 이어진 스트레스와 더불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 실패가 큰 상실감으로 작용해 건강 악화된 원인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조 회장은 IATA(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최고 정책심의 및 의결기구 집행위원회 위원으로서 오는 6월 대한민국에서 처음 열리는 '항공업계의 UN회의' IATA 연차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물론,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게도 힘을 실어주면서 경영권 승계까지 염두해 두고 있었다"면서 "항공업계 큰 별이 안타깝게 진 것 같아 애통하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몸 담은 이래로 반세기 동안‘수송보국(輸送報國)’ 일념 하나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항공사로 이끄는데 모든 것을 바쳤다. 또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을 제고하는 등 국제 항공업계에서 명망을 높이며 사실상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몇년 사이 조 회장 주변에는 악재가 계속됐다. 앞서 서 조 회장은 지난 3월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3분의 2 동의를 얻지 못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조 회장이 주주 손에 물러나는 그룹 총수가 됐다. 당시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표대결에서 찬성 64.1%, 반대 35.9%로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4월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0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고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혹은 주주권의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이에 따라 수탁위는 조양호 회장 외에 부인과 세 자녀는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물컵 갑질', '대학 부정 편입학', '폭행 및 폭언'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글로벌 의결권 가문사 ISS와 국내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등이 이미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를 권고했고, 국민연금도 이같은 기류에 동참했다.
      
결국 참석 주주들도 조 회장의 연임 반대에 기울면서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대한 오너가의 지배력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사내이사로 남아 있지만 대한항공에 대한 오너가의 영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 데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평가했다. 조 회장이 3월 29일 열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영업보고서 인사말을 통해 “회사의 준법경영과 재무 안전성·건전성 강화에 매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의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조 회장은 "우선 그룹 컴플라이언스위원회 발족 및 한진칼 법무팀 신설을 통해 한진그룹 전반에 걸쳐 준법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그룹사 관리체계의 전문성을 제고했다. 또한 제1회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재무 안정성과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이 일련의 조치를 취하게 된 데는 외부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조 회장에 대해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진나 3월 28일 조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직 박탈과 관련해 "이제 시작"이라며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까지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잘못된 오너 경영에 제동을 건 획기적인 일"이라면서 "참여연대 시절 소액주주들도 잘못된 경영의 문제점들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누구보다 앞장서서 싸웠던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주주로서 경영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당연한 권리다. 공공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민간은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잘못된 경영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한다"며 "물론 기업경영에 정부가 필요이상으로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일부 오너 일가가 기업을 사유화해왔던 지금까지의 관행은 바로잡혀야 한다. 잘못된 오너 경영으로 인해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당연히 바꿔야 한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소액주주운동, 노동이사제와 같은 감시와 견제를 위한 수단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두고 심각한 시장파괴행위라고 비판하는 분도 있다"며 "바로잡아야 할 일들을 그대로 두자는 말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조 회장을 거론하며 "이번 주총 시즌이 우리 기업 지배구조 변화의 '이정표'가 됐다"는 표현을 재차 사용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정거래실천모임과 서울대 경쟁법센터 등 4개 기관이 공동 개최한 조찬간담회에서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한 뒤 "이제 우리 기업들이 특별 결의가 필요한 안건을 주총에 올릴 땐 주주·시장·사회의 용인을 받기 어렵다면 통과가 어렵단 걸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14일(현지시각) 독일 출장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번 주총에 대해 "변화의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를 한 바 있다. 당시 그 근거로는 이번 주총 시즌에 주주 행동주의 강화 등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3월 2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건이 부결된 사건에 대해 "2019년 주주총회를 계기로 올 한해가 '주주 행동주의'의 원년이 되기를 기원한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한층 강화된 주주권 행사에 따라 대기업 총수가 경영권을 잃는 첫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며 "이번 대한항공 주총은 증권 시장 발전과 주주 가치 제고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대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했다. 
    
앞서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한진가는 2014년 '땅콩회항' 사건부터 최근 '물벼락 갑질' 논란, 탈세 의혹 등 소위 '오너 리스크'로 대한항공의 신뢰와 기업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조양호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입력 : 2019-04-08]   김명규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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