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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소비자물가상승률 사상 첫 ‘마이너스’...전문가들 “準디플레 우려”

정부·한국은행 “일시적·정책적 요인, 디플레 아냐” 진화...일각서는 ‘장기불황’ 견해 나와

글  김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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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Deflation·지속적인 물가 하락)의 전조로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한 층 커졌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일시적 기저효과와 정책적 요인의 문제라며 적극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민간에선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낮은 성장률과 저물가가 이어져 장기침체 가능성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10월 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4%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건 통계작성이 시작된 1965년 이래 처음이다. 지난 8월 공식 통계상 물가상승률은 0.0%였지만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치면 -0.04%로, 지난달까지 사실상 두 달 연속 마이너스 물가가 나타난 셈이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0.8%로 떨어진 뒤 8개월째 연속 0%대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소비가 쪼그라들었던 2015년 2~11월 이후 최장 기간이다.
 
 
통계청은 이같은 마이너스 물가를 농·축·수산물 가격의 일시적인 기저효과와 정부 정책에 의한 하방 압력이 강하게 작용한 탓으로 진단한다.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9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이 제수용품 등을 준비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DB

   
통계청은 이같은 마이너스 물가를 농·축·수산물 가격의 일시적인 기저효과와 정부 정책에 의한 하방 압력이 강하게 작용한 탓으로 진단한다. 실제로 지난달 농·축·수산물이 물가를 0.70%만큼 끌어내렸다. 농산물 몫이 -0.69%다. 지난해 여름에는 폭염으로 8월 9.3%, 9월 14.9% 등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뛴 바 있고 이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8월에는 11.4%, 9월에는 13.8% 하락했다는 얘기다.
 
고등학교 3학년 대상 무상 교육이 시행되면서 교육 부문에서도 전반적인 물가 하락세가 나타났다. 학교 급식비(-57.8%), 남자 학생복(-44.4%), 여자 학생복(-42.0%), 고등학교 납입금(-36.2%), 교과서(-25.2%) 등이다. 이와 더불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등 정부 정책, 석유류 가격 안정세도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요측면에서 소비부진으로 인해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최근 소비부분에서 소매판매지수가 3.9% 상승하고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대비 4.4p(포인트) 상승했다"며 "디플레이션이 아니고 정책에 의한 일시적 저물가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통계청 발표 이후 기획재정부와 한은도 일제히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하고 나섰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디플레이션으로 보려면 마이너스 성장이 동반돼야 하는데, 우리 경제는 여전히 2%대로 성장하고 있어 물가 하락이 침체와 동시에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김 차관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장기 복합 불황을 경고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일본에선 디플레이션 기간 물가 조사 대상 중 60% 내외 품목의 가격이 하락하는 등 물가 하락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우리나라는 2012년 이후 물가 하락 품목이 20~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도 같은 날 '최근 소비자물가 상황 점검' 자료를 내고 "내년 물가상승률은 1%대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하루 전 '주요국 물가하락기의 특징' 보고서에서도 디플레이션에는 대부분 부동산 가격 폭락 등 자산 가격 조정이 수반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학계와 연구기관 등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장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볼 수는 없지만 향후 전망을 놓고 경고음을 내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수출·투자·소비가 부진하는 등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이처럼 저물가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다.
 
특히 공급측 요인 외에 내수 부진 등 수요측면에서의 디플레이션 압력도 적잖다는 분석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격변동지수)가 지난해 4분기(-0.1%)부터 3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며 "구조적인 저물가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잠재성장률도 함께 떨어지면서 지금은 아니더라도 방향은 서서히 디플레이션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일시적 요인을 제거한 근원물가지수인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0.6%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1999년 9월(0.3%) 이후 최저 상승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근원물가지수로 활용하는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0.5%에 불과해 역시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세계적으로 총수요 압력이 마이너스인 상황"이라며 "지난달 물가상승률 하락폭 자체는 농산물 가격에 의한 기저효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전부터 0%대에 꽤 오래 머물러 있었다는 건 수요측 요인이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준(準)디플레이션 상황 정도로 볼 수 있다"며 "세계경제 둔화와 맞물려 장기 불황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입력 : 2019-10-01]   김명규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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