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기지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11월 12일(현지시각)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북한의 미사일 기지 13곳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CSIS는 이날 ‘신고되지 않은 북한 : 삭간몰 미사일 운용 기지' 제하의 보고서에서 여러 비밀 기지 중 북한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삭간몰 기지에 여러 개의 지하 땅굴 입구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가 숨겨진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CSIS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20곳의 '미신고(undeclared) 미사일 운용 기지' 중 13곳을 확인했다"며 이에 대한 증거물로 민간 위성업체 '디지털 글로브'가 지난 3월 29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제시했다.
     
CSIS는 '미신고'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미사일 기지’라는 취지임을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삭간몰 기지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기지로, 서울과 비무장지대(DMZ)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미사일 기지 중 하나다. 서울에서는 북서쪽으로 135㎞ 떨어져 있다. DMZ에서 불과 85㎞ 거리다.
      
CSIS는 해당 기지가 '지하 미사일 저장시설'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 탄도미사일 전력을 지휘하는 조선인민군 전략군 소속의 전진 기지라고 강조했다. '화성 5호'와 '화성 6호'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번에 언급된 삭간몰 기지는 1990년대 초 만들어졌고 1999년에 스커드 미사일 27기가 배치됐다고 한다. 2010년대 들어 군(軍)막사와 차량 유지·보관시설, 온실고 등이 건설된 것으로 전해졌다.

  

CSIS는 “기지에는 7개의 긴 터널이 있고 최대 18대의 미사일 이동용 차량이 들어갈 수 있으며 높이 18∼20ｍ, 길이 55∼65ｍ 규모의 흙더미를 쌓아놨는데 이는 공습과 포격으로부터 터널 입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즈는 이날 CSIS 보고서를 근거로 “이번 인공위성 사진은 북한이 그동안 대규모 기만전술을 펼쳐 왔음을 보여준다"며 “북한이 일부 미사일 시험장을 해체했다면서도 재래식 무기와 핵탄두 미사일 발사능력을 강화하는 개발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탄도미사일 시험장들은 북한의 대미(對美) 미사일 위협이 제거됐다며 이를 자랑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한다"고도 했다.
    
NYT의 이같은 보도는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미사일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거나 성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는 CSIS 보고서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북(美北)고위급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북미사일 기지 ‘은닉’ 논란이 향후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자칫 북한의 비핵화 실현에 대한 회의론 또는 의구심이 확산할 수도 있다.
      
이번에 알려진 ‘삭간몰 기지’와 관련해 미국 정보당국은 오래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와 유사한 미신고 군사시설을 통해 미사일 기술 및 핵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할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CNN 등 미국언론은 전했다.

  

이에 따라 향후 미북간 실무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에 대한 ‘검증가능한 신고’ 문제가 새로운 협상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편 청와대는 13일 “한미 정보당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던 내용"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CSIS에서 낸 보고서의 출처는 상업용 위성인데 한미 정보당국은 군사용 위성을 이용해 훨씬 더 상세하게 이미 파악을 하고 있는 내용"이라면서 “면밀하게 주시 중인데 (美 CSIS 보고서·언론보도는) 새로운 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삭간몰 미사일 기지는 단거리용"이라며 “스커드와 노동, 단거리용으로 ICBM이나 IRBM과는 무관한 기지"라고 했다. 이어 “(NYT) 기사 내용 중에 ‘기만’ ‘Great Deception’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또한 북한이 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며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는 게 의무조항인 어떠한 협정도, 어떠한 협상도 맺은 적이 없다. 이걸 ‘기만’이라고 하는 건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이러한 미사일 기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협상을 조기에 성사시켜야 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러한 북의 위협을 없애기 위해서 북미 대화를 비롯해 협상과 대화의 필요성을 더 부각시키는, 필요성을 더 보여주는 그러한 사실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