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대로라면 정 교수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1층을 통해 소환될 예정이었다. 이른바 공개 소환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서서 검찰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비공개 소환이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개혁을 얘기하는 조국 장관이나 청와대와 여권 등의 중첩적 압박이 통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법조계 주번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날 오전 9시경 조 장관 부인이자 동양대 교수인 정경심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정 교수는 사문서위조, 공무집행방해 등 다양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정 교수는 이미 딸의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오는 18일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위조사문서 행사 및 공무집행방해 등 추가 혐의와 공범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또 정 교수는 두 자녀와 함께 10억5000만원을 출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 관련 의혹의 중심에도 서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는 조 장관 5촌 조카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월 23일 조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해 하드디스크 등을 추가로 확보했다. 정 교수 딸과 아들은 최근 잇따라 비공개 소환됐으며, 조 장관 동생과 그 전처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한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8월 말 자택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기 전 사건 관련자들과 함께 수차례 '증거인멸 대책 회의'를 가졌다는 취지로 조선일보가 3일자 지면을 통해 보도했다. 대책 회의에는 정씨 자산관리인이었던 증권사 직원 김모씨, 정씨의 동생 정모씨,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 출신인 이인걸 변호사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경심 혼자 증거인멸을 한 것이 아니라 변호사 등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특히 대책 회의를 여러 차례 한 점과 회의 참석자들의 관계 등으로 볼 때 조 장관도 이런 움직임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정씨 동생은 정씨에게서 빌린 돈 3억원과 대출을 합해 '조국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 지분을 5억원어치 사들여 차명 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이인걸 변호사는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시절 함께 청와대에서 일했다. 이같은 인적 관계는 조 장관이 증거인멸을 알고 있었을 경우 증거인멸 교사 또는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증권사 직원 김씨 등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대책 회의는 검찰이 ‘조국 의혹’과 관련해 첫 압수 수색을 했던 지난 8월 27일을 전후해 수차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8월 27일 검찰 압수 수색 대상에서는 조 장관 자택과 정씨의 동양대 연구실은 제외됐다.
이후 정경심은 김씨로 하여금 자신의 집에 있는 PC 하드디스크를 교체(8월 28일)하도록 했다. 또 동양대 연구실 PC를 통째로 들고 나오기도 했다(8월 31일).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동양대 PC를 언제, 어떻게 가져올지를 놓고 대책 회의에서 의견이 오갔다"며 "정씨가 쓰던 노트북은 정씨 측이 따로 빼돌렸다"고 말한 것으로 조선일보는 전했다.
검찰은 대책 회의에서 다른 증거인멸 작업도 논의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측은 "동양대 PC 반출 외에도 (조 장관 일가가 운영한) 웅동학원, 사모펀드와 관련해서 여러 증거인멸 정황이 발견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인걸 변호사가 증거인멸 작업에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