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 같은 정책 실현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책 시행 기간인 겨울·봄철 4개월(12~3월) 간 국민이 부담하게 될 전기료는 4인 가구 기준 총 5000원 가량이 될 전망이다.
이 제안은 지난 4월29일부터 약 5개월간 국민 대표성을 지닌 국민정책참여단(463명)의 숙의와 토론을 거쳐 만든 최초의 미세먼지 대책이다. 분야별 전문가·자문단과 지방자치단체·산업계·정부 협의체의 의견 수렴을 거쳤고 4차례 본회의 심의도 이뤄졌다.
지난 7~8일 열렸던 국민대토론회에서 국민정책참여단의 95.2%가 계절관리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고, 94.3%는 그 효과 또한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책제안별로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및 출력 제한 93.1%, 대형사업장의 추가 감축 계획 92.7%,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86.8% 등 80~90%의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부문별로는 발전의 경우 석탄발전소를 가동 중단하거나 출력을 80%로 낮춰 운영한다.
전력의 안정적인 수급 여건을 고려해 12~2월 3개월 간 석탄발전소 60기 중 9~14기를,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3월에는 22~27기로 확대해 가동을 중단한다.
미세먼지 배출원인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은 곧 비용으로 귀결된다. 대체수단으로서의 LNG발전소 가동이 느는 탓이다.
석탄과 LNG 발전 간 연료비 차이는 지난 7월 기준 1kWh당 약 25원이다. 이를 전기요금으로 환산하면 4인 가구 기준으로 한 달 평균 1200원, 4개월 간 5000원 가량으로 추산했다.
이는 3조8000억원 규모의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보조할 수 있지만 전기요금 인상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게 국가기후환경회의 측 입장이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고로 보조하는 방안을 첫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지만 4개월 간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국민정책참여단도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서라면 전기요금 인상을 2000원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을 줬다. 국민 동의를 더 확인해야 하나,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구입 등의 지출 비용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비용 정도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노동자들의 직업 전환 문제는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하게 될 '중장기 대책'에 담기로 했다. 이번 단기대책으로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가 없어서다.
또 합리적인 전기 소비를 위해 현재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에 적용되는 계시별 요금제를 주택용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하기로 했다.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을 봄·가을, 여름, 겨울 3개로 하고 시간대를 최대부하, 중간부하, 경부하 3개로 나눠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수요에 따라 전기요금이 비교적 저렴한 시간대에 맞춰 소비자 스스로 전기를 합리적으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수송 부문에서는 12~3월간 전국 220만여 대에 달하는 5등급 노후차량 중 생계형을 제외한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고, 고농도 주간에는 차량 2부제를 병행 실시한다. 다만 수도권과 인구 50만 이상 도시에 한하기로 했다. 인구 50만 이상 도시는 포항, 청주, 천안, 전주, 김해, 창원 등 6개 시·도가 해당된다.
정부·공공기관이 발주하는 100억원 이상의 건설공사장에서 노후 건설기계의 사용을 제한한다. 다만 기계 특수성을 고려해 대체 불가한 장비는 예외한다.
올해 겨울부터 국내 내항 선박의 저황연료유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적절한 비용 보전방안을 마련하고, 저속 운항해역 확대와 육상전원공급장치(AMP) 확대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한다. 경유차의 구매와 보유 억제를 위해 노후 경유차의 취득세를 인상하고, 경유 승용차의 차령에 따른 자동차세 경감률은 차등 조정한다.
산업의 경우 국가산업단지 44곳을 포함한 전국 사업장 밀집지역에 1000여명의 민관 합동점검단을 투입해 불법 행위를 원격 감시한다. 자본과 기술력이 열악한 중소 사업장(4·5종)에게는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방지시설 설치 비용과 맞춤형 기술지원단을 지원한다.
전국의 대형 사업장(1종)을 중심으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감축 계획을 수립·평가하고, 필요시 평상시보다 강화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한다. 625개 대형 사업장의 굴뚝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배출량은 실시간 공개한다.
생활 부문의 경우 미세먼지 오염도 높은 도로를 '집중관리도로'로 지정하고, 청소주기 확대와 속도제한 설정 등 특별 관리를 하기로 했다. 대형 또는 주거 지역 인근 건설공사장에 미세먼지 측정기와 외부 전광판을 설치해 날림먼지를 실시간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수거 처리 체계가 미비한 농촌 지역의 관행화된 영농·생활 폐기물 불법 소각을 막기 위해 수거·처리 지원과 집중단속도 병행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건강보호·국제협력·예보강화 세부 과제와 10대 국민행동권고도 제안했다. 우선 건강보호를 위해 미세먼지 쉼터와 집중관리구역을 확대한다. 여름철 무더위 쉼터를 고농도 계절 동안 미세먼지 쉼터로 전환하고, 학원·대규모 점포 등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안심시설' 인증제를 활성화한다.
학교·병원 등 취약계층 이용시설 밀집 지역은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으로 정해 경유차 진입 제한과 낮 시간대 공사 금지, 살수차·진공청소차의 집중 운영, 통학 차량의 친환경차 전환 등 관리를 강화한다.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질병 예방과 부담 경감을 위해 보건용 마스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폐 기능 검사를 추진한다.
국제협력 부문의 경우 중국과 고농도 미세먼지 예·경보 정보를 공유하고, 현행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실증사업을 지역 거점 클러스터 사업으로 확대하는 '한·중 푸른 하늘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오는 11월 초께 다양한 국가의 미세먼지 대응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협력을 증진하는 '국제 모범사례 공유 파트너십'도 출범한다.
예보강화 부문에서는 미세먼지 예보를 현행 3일에서 7일 주간으로 늘리고, 탄소·이온·중금속 등 미세먼지 구성 성분까지 공개한다.
국민 개개인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10대 국민 참여 행동을 마련했다.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20℃) 유지와 친환경 운전습관 지키기 등이 담겨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또 4대 부문의 8대 핵심과제로 구성된 중장기 대책은 추가 공론화 작업을 거쳐 내년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서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2030 미세먼지 감축 목표 설정, 지속가능발전(SD)·기후변화·녹색성장을 아우르는 국가 비전 마련, 수송용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 로드맵 마련, 전기요금 합리화와 전력수요 관리,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등 국가전원믹스 개선, 미세먼지-기후변화 연계 다자제도(협약) 구축,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 싱크탱크 설치 등이다.
특히 국가 싱크탱크는 과학기술적 기반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굉장히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기관이 미세먼지 연구를 다뤄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안 위원장은 "그간의 미세먼지 연구 성과를 집결시키고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싱크탱크 설립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반기문 위원장은 "이번이 발표한 국민 정책제안은 그동안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가장 과감하고 혁신적인 조치가 될 것으로 믿는다"며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국민과 함께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UN)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도 기후 대응과 함께 미세먼지 문제가 심도있게 거론된 만큼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안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밝힌 첫 국민 정책제안은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상하더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전문가들은 제안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에너지전환 추가 비용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세먼지 배출원인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은 곧 비용으로 귀결된다. 대체수단으로서의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가동이 느는 탓이다. 석탄과 LNG 발전 간 연료비 차이는 지난 7월 기준 1kWh당 약 25원이다. 이를 전기요금으로 환산하면 4인 가구 기준으로 한 달 평균 1200원, 4개월 간 총 5000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3조8000억원 규모의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보조할 수 있지만 전기요금 인상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게 국가기후환경회의 측 입장이다.
국민 대표성을 지닌 국민정책참여단(463명)이 지난 7~8일 국민대토론회 당시 최대 2000원까지 올리는데 대체로 수용했다는 설문조사까지 곁들였다.
설문조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대 2000원까지 인상을 받아들인다는 의견은 4명 중 3명(74.8%)꼴이다. 인상분을 1000원으로 낮추면 수용 의향은 약 85%까지 높아진다. 또 전기 피크시간 대 수요관리 강화를 목표로 하는 계시별 요금제 제안 역시 사실상 전기요금의 인상 신호로 읽혀진다.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을 봄·가을, 여름, 겨울 3개로 하고 시간대를 최대부하, 중간부하, 경부하 3개로 나눠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현재 주택용을 제외하고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에 적용된다.
결국 국민과 머리를 맞대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추가 비용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는 결론을 마주한 셈이다. 에너지 전환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지 않으려면 미세먼지 저감의 당위성과 함께 국민 동의를 구하는 노력이 시급해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