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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연구] 치매 환자들이 밭일·요리하는 네덜란드 돌봄농장

노지후 대원 “치매 환자가 식구들과 함께 시간 보내고 추억 쌓을 수 있는 대안 생각 중”

글  백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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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들이 밭일을 하고 요리까지 한다는 8월 6일자 조선일보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창간 100주년(2020년 3월 5일)을 앞두고 20대 청년 100명을 세계 각지로 파견하는 '청년 미래 탐험대 100' 프로젝트 특집기사 중 하나였다.
 
노지후 탐험대원은 돌아가시기 전 13년간 치매를 앓았던 할머니의 사례를 계기로 고령사회에서 큰 국가적 난제로 다가오는 ‘치매’ 문제에 관심을 뒀다. 이에 네덜란드에서는 치매 노인들이 스스로 밭을 갈고 옷도 만든다는 얘기를 접한 후 네덜란드 현지를 직접 탐험하기로 작정했다.

 
기사에 따르면, 노지후 대원은 네덜란드 동부 소도시 헹엘로 인근에 위치한 에르베 니퍼트 케어팜를 다녀왔다. 1912년에 문을 연 시설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케어팜(care farm)'은 '돌봄 농장'이란 뜻인데 복지 시설에 갇혀 여생을 보내야 하는 치매 노인들이 자기 집에 머무는 것처럼 농사를 짓고 요리도 한다는 것이다. 신체적·정신적 치유를 얻는 대안 복지 모델인 셈이다. 네덜란드 현지에 거주하는 조예원 바헤닝언 케어팜연구소 대표에 따르면, 농업 국가인 네덜란드엔 1000곳이 넘는 케어팜이 있다고 한다.
 
조예원 대표는 "한국에선 건강이라 하면 의사·병원·운동 등으로 접근하지만 네덜란드에선 관점 자체가 다르다"며 “아프지 않고, 오래, 건강하게 사는 법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확산된 게 케어팜(care farm)이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인구는 3분에 1에 불과하지만 농식품 수출액은 미국에 이어 2위인 농업 강국인 만큼 전국에 농가는 숱하고 네덜란드 사람들은 농장에서 소일하는 걸 즐긴다"고 했다.
 
노지후 대원의 기사에 따르면, 에르베 니퍼트 케어팜 농장주 마르가 브로키스(58)씨는 전직 간호사 출신이라고 한다. 브로키스씨는 2006년부터 치매 노인들을 위한 '낮 케어팜'을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로 1~2시간 거리 이내에 사는 노인들이 해가 떠 있는 동안만 농장에 머문다. 의료진과 복지사들이 방문 횟수를 정해주면 노인들은 원하는 케어팜에서 허가받은 시간만큼 지낸다는 것이다.
 
이곳에 이틀에 한 번씩 오는 치매환자 롭의 얘기다.
 
"20년 전 병원에서 치매 판정을 받았고, 그날 오후 회사에 나가 일할 수 없다고 말했소.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어 많이 울었소. 이는 내가 케어팜에 오게 된 이유이기도 했소. 케어팜에 오면 일할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 바빠진다오. 나는 그게 정말 좋소."
 
개개인이 부담하는 이용료는 일괄적으로 한 달에 17.80유로(약 2만원). 나머지는 정부가 지원한다. 농장에서 일하는 치매환자들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뭔가에 열중한다고 한다.
 
농장의 핵심 가치는 '자급자족(自給自足)'인데 이 농장에 등록한 35명은 온종일 양상추를 따고, 오리에게 모이를 주고, 장작을 팬다. 알아서 할 일을 찾는다. 수리공 출신 요한은 공구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떨어진 문짝, 고장 난 농기구를 손본다. 재단사 출신 그레타는 '케어팜 친구들'의 옷을 전담 수선한다. 그레타는 "집에 있을 땐 하루가 너무 길었다. 여기 오면 온몸의 세포가 쿵쿵 뛰는 걸 느낀다"고 했다.
 
이곳에는 요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휠체어나 보조 기구가 없다. 치매 환자는 대체로 수동적이어서 앉아 있거나 누워 있으려고만 한다. 그래서 걷는 게 중요하다. 보통 요양원에서는 환자의 80%가 휠체어를 타는데 여기서는 전체 50명 중 4명만, 그것도 아플 때에만 탄다고 한다.
 
일은 곧 움직임이고 움직임은 활력을 준다.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은 '스스로 하는 것'. 커피를 내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평범한 진리를 몸에 새기는 것이다.
 
노지후 대원은 취지 후기에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며 “연세가 많아져 치매를 앓게 된 할머니는 밖에 나갔다가 집을 못 찾아오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할머니를 빈집에 홀로 남겨두자니 위험하고 요양원에 모시자니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딜레마에 빠졌다"고도 했다. 그래서 '생활 속 치매 케어'가 궁금했다고 한다.
 
노 대원은 “자료를 찾아보니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네덜란드에선 고령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고 치매 환자를 포용하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었다"면서 “네덜란드 케어팜은 환자와 보호자, 주민 모두가 만족하는 선택지"라고 했다.
 
노 대원이 네덜란드 현지에서 닷새간 케어팜을 직접 체험하며 가장 놀란 사실은 환자와 직원의 구분이 없다는 점이었다. 병원처럼 딱딱한 공간에서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는 우리나라 치매 노인들. 노 대원은 “치매 환자가 일상의 식구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입력 : 2019-08-07]   백두원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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