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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괴롭힘’인가...근로기준법 개정 시행, 기준 놓고 혼란

지위우위이용·업무범위초과·실질적 피해 조건 충족해야...“처벌보다는 사업장 내 자율적 시스템으로 정착”,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 '직장내 괴롭힘' 1호 진정

글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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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근로기준법에 명시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직장 내 막말과 따돌림이 근절되는 계기로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당분간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따라 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직장 내에서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설 것 ▲그 행위가 노동자한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등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여기에서 '지위의 우위'란 직접적인 지휘명령 관계에 놓여있지 않더라도 회사 내 직위·직급 체계상 수직관계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관계의 우위'란 개인 대 집단과 같은 수적 측면, 나이·학벌·성별·출신지역·인종 등 인적 속성, 근속연수·전문지식 등 업무역량, 노조·직장협의회 등 노동자 조직의 구성원 여부, 감사·인사부서 등 업무의 직장 내 영향력, 정규직 여부 등에 있어 상대방이 저항 또는 거절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은 상태로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둘째,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란 "사회 통념에 비춰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라고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 인간관계에서 용인될 수 있는 부탁의 수준을 넘어 행해지는 사적 용무 지시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폭언·욕설을 수반한 업무지시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
   
다만 법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 개념과 요건 등이 모호한 만큼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는지를 놓고 당분간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컨대 직장 상사가 신입 직원에게 집요하게 성과를 점검하는 게 괴롭힘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구체적인 사례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다.
     
고용부가 지난 2월 21일 내놓은 메뉴얼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가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셋째, 객관적으로 봤을 때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가 있고 이로 인해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의 악화라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게 인정돼야 한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발생한 장소는 반드시 사업장 내일 필요가 없으며 사내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발생한 경우에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 다만 이번 법안에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관련해 최초로 입법화되는 점 등을 고려해 처벌보다는 사업장 내의 자율적 시스템으로 규율해 나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상시 노동자 10인 이상 근무하는 사업장은 취업규칙에 사내에서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재발방지조치 등의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사내 징계규정을 신설 또는 강화하는 것은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또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 사용자는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피해노동자 등에 대해 근무 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용자는 피해노동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된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 사용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노동자와 피해노동자 등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했음을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에는 상대측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인크루트는 해당법안 시행에 대해 직장인 인지도를 살펴본 바 있다. 그 결과 응답한 직장인의 61%가 ‘아니다’, 나머지 39%는 ‘그렇다’를 선택해 인지도가 낮았다.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대해서는 찬성이 96%로 반기는 입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재직 중인 사업장에서 법안 시행을 앞두고 대비 중인지 묻자 응답한 인사담당자의 5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참여기업의 절반가량만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응답한 것이다. 나머지 절반 중 36%는 ‘아니다’, 11%는 ‘모른다’를 선택했다. 법안시행이 시작됐음에도 기업들 준비도는 낮았다.
 
인사담당자의 인지도도 절반에 그치는 만큼, 일반 직장인들은 이에 대해 더욱 모르고 있었다. 앞서 같은 질문에 대해 인사담당자를 제외한 일반 직장인의 무려 52%가 ‘모른다’고 답한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것은 대기업이었다. ‘재직 중인 기업에서 괴롭힘 방지법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으로 대비 중인’ 기업에 대해 교차분석한 결과, ‘대기업’이 39%로 가장 높았고 ‘중견기업’ 22%, ‘중소기업’ 13%, ‘영세기업’ 4% 순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인크루트는 해당법안 시행에 대해 직장인 인지도를 살펴본 바 있다. 그 결과 응답한 직장인의 61%가 ‘아니다’, 나머지 39%는 ‘그렇다’를 선택해 인지도가 낮았다.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대해서는 찬성이 96%로 반기는 입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편 이날부터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서울고용노동청에 이 법을 근거로 관련 진정을 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법 시행에 맞춰 노동청에 직장 괴롭힘을 내용으로 한 '1호 진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MBC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 측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아나운서들이 현재 겪고 있는 처분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저촉된다며 서울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MBC는 2016년과 2017년 11명을 계약직 아나운서로 뽑았다. 당시 MBC는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었고 MBC노조는 2017년 9월께 파업에 돌입했다.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며 경영진이 교체됐고, 이들 아나운서는 지난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3월 서울서부지법에 해고무효 확인 소송과 함께 근로자지위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채용 당시 MBC가 형식적으로만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한 것일 뿐 사실상 정규직으로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MBC 측은 기간제법상 계약직으로 뽑은 것이며 이후 2018년 일반 신규채용과 별개의 특별채용 기회까지 줬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아나운서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지난 5월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 효력이 없다"며 "해고무효확인 사건의 판결 선고 시까지 채권자들(아나운서)이 채무자(MBC)에 대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는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아나운서들은 지난 5월27일부터 MBC 상암 사옥으로 출근했지만 사실상 방치돼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 변호사에 따르면 이들은 기존 아나운서 업무공간이 있는 9층이 아닌 12층에 마련된 별도 사무실에 모여 있다. 주어진 업무도 없고 사내 전산망도 차단됐으며, 정해진 시간에 출근과 퇴근을 하지만 근태관리도 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예시로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승진·보상·일상적인 대우 등을 차별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돼 있지 않은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음 ▲업무에 필요한 비품(컴퓨터·전화 등)을 주지 않거나 인터넷·사내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함 등을 들고 있다.
 
MBC 해직 아나운서들이 처해있는 상황이 이와 유사하다는 것이 류 변호사의 주장이다. 류 변호사는 "당사자들은 차라리 해고당하는 게 낫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다"며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에 맞춰 MBC 측의 노동인권 의식에 책임을 묻고자 진정을 넣기로 했다"고 밝혔다.

 

[입력 : 2019-07-16]   김성훈 기자 more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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